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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술작품의 생산자인 작가들은 이미 ‘후기-’증후군의 우울한 늪에서 빠져나와 작업하고 있는 것 같다. 후기모더니즘 사회의 시작은1979년 쟝-프랑수와 리오타르(Jean-Francois Lyotard) 의 “포스트 모던의 조건”에서 가장 단호하게 선언되었는데, 그는 이미1970년대 말, 포스트 모던의 사회가 시작되었으며 이는 당시 지배적 패러다임이라 부를 수 있는 메타담론에 대한 불신으로 야기되었음을 시사했다. 미술사적으로 시각예술분야에서 절대적 메타담론이던 모더니즘의 붕괴에 따른 후기 모더니즘의 발현은1980년대를 전후로 찾아볼 수 있으며, 이후1990년대까지도 꾸준히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후기구조주의 학자이며 미술평론가인 존 라이크만(john rajchman)은 후기 모더니즘을 회상하면서, “후기모더니즘에 나타나는 일종의 ‘혼성주의(eclecticism)’의 등장은 미술이 특수한 매체에서 일반적인 분류로서의 ‘예술’로 전환되어가면서 시작된다.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매체 자체에 대한 개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시각예술에 있어 분류상의 외형을 지칭하는 매체는 한 작품에 있어서 그 내용을 받아 담겨진 내용보다는 오히려 그 그릇의 물리적 특징(남작하고 네모난 평면), 놓이는 위치(벽면), 매체 자체의 속성의 한계(물감이 얹혀진 천) 등에 대해 탐구 되어 왔다. 그러나 순수한 매체에 대한 탐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곧 그 물리적 지지체인, 벽이 걸린 텅 빈 캔버스라는 극단적인 순수함의 추구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 이후70-80년대에는 이와 같은 매체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반동으로 미술의 순수한 매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매체간을 넘나드는 퍼포먼스, 영상, 개념 미술 등이 쏟아져 나왔으며, ‘인용’이나 ‘차용’을 비롯하여 전례 없는 다양한 양식이 혼재하는 매체불감증의 시대를 맞이한다.
 
“Moa Picks”에 모인 작가들은 각자1960년대 매체 찬양의 시대를 흐릿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매체붕괴 이후의 시대에 작업을 해왔거나 작가별 차이는 있으나 각각의 작품에서는 다루는 매체에 대한 독특한 의식이 돋보인다. 이러한 의식은 때로 회화의 본래의 기능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그 표면의 아름다움으로 넋을 잃게도 하며, 기억의 장치로서의 사진에 새로운 미학적 역할을 첨가하기도 한다. 매체의 수난시대를 벗어난 이들의 작업에서는 사회적이거나 정치적, 때로는 기회주의적인 후기모더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체의 시대를 직시하는 진지함이 보인다. 매체란 결국은 물리적 지지체에 축적된 역사적 관행(convention)들로 귀결된다는 것, 즉 로잘린 크라우스(Rosalind krauss) 가 말하는 ‘되풀이 되는 구조(recursive structure)’라는 매체의 회고적 정의가 이들 작품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홍수연의 회화의 표면에는 우리에게 어쩌면 계몽주의 등장 이후로 금기시되어온 순수하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있다. 이는 플리머와 화학제로 만들어진 물감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숭고미에의 최대한의 근사치이다. 사회주의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순수한 아름다움은 지극히 부르주아적인 사치이자 이데올로기 선동의 기회의 낭비이다. 예술가와 착취당하는 노동간의 관계를 논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예술관이 때로는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화면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작가의 노동과 시간이 축적되어있다.

정신영 /  서울대학교 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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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xogml 한결 편안해 지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2010.10.05 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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